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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연애 금지! [김석정의 빙의문]

사내 연애 금지! 깔깔 마녀

 

 

 

 

 

 

 

 

 

 

hiccup

 

 

 

 

 

 

 

 

 

 

01

석진과 여주는 다른 대학에 다니다가 미팅에서 처음 만났다. 석진은 평소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성격이었지만 왠지 여주 앞에 서면 한없이 약해지고 감성적이 됐다. 석진에게는 오빠만 있어 누나라는 호칭을 잘 쓰지 못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 그래서 같은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일부러 여주인에게 선배라는 호칭을 붙여줬다.

 

 

여주는 석진이 언니라는 호칭을 부끄러워하는 게 처음에는 귀여워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석진이 목소리로 언니라는 것을 들어보고 싶었다. 연인 사이에서 선배라는 호칭은 딱딱한 호칭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니 하면 더 가까워지는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여주는 연하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연하의 남자친구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듣는 것. 그래서 여주는 취업 준비하면서 힘들 때마다 가끔 당 충전하라고 초콜릿 사오는 석진에게.

 

 

 

 

 

석진아, 초콜릿도 너무 고맙다. 저를 누나라고 불러주시면 저는 정말 안 힘들 것 같은데"

 

 

 

 

하며 거의 장화 신은 고양이에게나 나오는 고양이에게 빙의한 듯 눈을 여러 번 깜박이며 석진을 올려다본다. 석진은 떨리는 눈으로 여주를 내려다보다가 초콜릿 봉지를 든 여주의 손을 움켜쥐고 심호흡을 했다. 고백할 때보다 더 긴장하고 망설이는 순간이었다. 근데 누나 목소리 들으면 힘이 난다고 해서 해주고 싶고. 여주는 두 귀를 붉히고 목까지 빨개지는 석진의 모습에 역시 누나 소리를 듣는 건 석진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완전히 놓지 않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려 했지만. 석진이 먼저 가로챘어

 

 

 

 

 

'...언니!

'하'

"히 힘내 언니!!!"

 

 

 

 

 

익은 토마토처럼 빨갛게 물든 귀만 내보이며 커다란 손에 얼굴을 묻고 수줍어하던 석진은 잽싸게 달아났다. 그날 여주인은 감격에 겨워 그 중요한 취직 준비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02

역시 1번은 어렵지 2번은 쉽대. 석진은 그날 밤 여주를 향해 거의 외치듯 언니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낸 뒤로는 평소처럼 선배라고 부르다가 가끔 여주를 나무랄 때나 필요한 것이 생길 때 언니라고 부르곤 했다. 여주는 석진이가 굳이 필요한 물건을 찾을 때마다 언니, 언니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런 석진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그게 한 번이 되고, 두 번이 되고, 바로 열 번이 되고, 이러다가는 결국 '언니'라는 단어 하나로 집까지 사줄 기세까지 가버릴 것 같아서 이제 그만 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오빠, 오늘은 저랑요."

미안, 나 오늘 정말 바빠."

'하지만 오늘만 해도 누나 나랑 같이 밥 먹어'"

"... ..."

"응? 언니"

 

 

 

 

 

평소 애교는 소독약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석진이 언니라는 말을 꺼내면 금세 애교쟁이가 돼 버리는 모습에 여주는 오늘도 반해 버렸다. 오늘은 취업준비에 졸업준비까지 할 일이 많았지만 계획한 일이 모두 늦어질 것 같았지만 괜찮았다. 이유 없어. 괜찮았어

 

 

 

 

 

 

 

 

 

 

03

여주인이 25세가 돼 취업에 성공하자 석진은 군대에 들어갔다. 군에 간 석진을 기다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회사에서는 여주인공을 열심히 부려먹었다. 인턴이란 잡일은 모두 여주인에게 있었고 정규직이 되기 위해 힘들어하지도 않고 열심히 해야 할 일을 척척 해 나갔다. 그리고 정규직이 됐을 때. 여주는 부모님이나 친구들보다 먼저 석진이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석진아 나 성공했어! 이것은 분명 네가 나에게 누나라고 말해줬기 때문이야!!!!!

 

 

 

느닷없이 편지 시작을 그 두 줄로 시작해 일일이 인턴을 했던 자신이 이 회사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절반이었다. 석진은 우편물 맨 앞에서 여주라는 이름을 봤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내용을 읽을 때까지도 혼자 웃으며 읽었다. 석진은 편지를 읽자마자 다짐했다. 취업은 꼭 여주가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기로.

 

 

 

 

 

 

 

 

 

 

04

석진이 전역한 뒤 여주 옆에 붙어 앉아 같이 밥 먹자 영화 보자고 데이트 신청하는 시간이 부쩍 줄었다. 여주인이 사원이 되면서 야근이 늘어 함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적도 있었고, 석진이도 3학년이 돼 4학년이 되면서 안주인이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여주인이 걸었던 길을 똑같이 걸어가는 석진이었다.

 

 

틈만 나면 여주인이 석진을 돕고 무엇보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취직이 힘든 시기임에도 석진은 여주인이 있는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인턴이라 석진이는 취업이라고 할 수 없다며 들어온 잡일을 빠르고 완벽하게 해치우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석진에게 여주는 야근을 하면서까지 일할 때마다 석진이가 여주에 그랬던 것처럼 초콜릿을 쥐어주고 밥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 석진에게서 드디어 정직원이 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지만 여주인공을 놀리기 위해 곧바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연락이 오지 않는 여주는 혹시 석신이 떨어질까 봐 자신이 더 불안했다. 안오는연락을받았느냐고물어서정말만약에떨어진다면폐를끼칠수밖에없는행동이었기에듣지도못하고다리만떨고다음날출근했을때. 인턴 4명 가운데 선발된 정규직 2명 가운데 석진이 정장을 입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여주는 그런 석신을 탕비실에서 사탕 비닐을 뜯어 입에 넣으며 나가더니 보고 손에 든 비닐을 내던지며 환호했다. 석진의 손을 잡고 흔들며 좋아했다.

 

 

 

 

 

"선배 축하해주는 건 고맙지만 지금 여기 회사..."

 

 

 

 

 

여주가 다니는 회사가 사내연애 금지였으므로 여주는 속삭이는 석진의 말에 급히 잡았던 손을 떼고 서둘러 머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눈초리를 보내는 직원들과 노려보는 팀장의 시선에 여주는 쑥스럽게 웃으며 아끼던 후배가 정규직으로 바뀐 게 너무 자랑스러워 그랬다고 말했다. 쭈뼛쭈뼛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사탕 비닐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며 자기 자리로 슬그머니 돌아갔다.

 

 

 

 

 

 

 

 

 

 

05

회사에서 일하는 석진이는 사무적이었다. 여주가 부탁한 일을 해결하고 여주에게 제출할 때도 퇴근하는 석진의 상냥하고 얌전한 모습과는 달리 딱딱하고 공적인 모습이었다. 처음엔 그런 석진의 모습이 적응이 안 되는 여주인공이라 석진이 사무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출처 모를 외로움이 온몸을 감쌌지만 막상 귀가할 때나 탕비실에 단둘이 있을 때마다 보이는 애교 많은 석진의 행동을 보면 공사는 또 철저히 지키는 석진의 모습에 서운하지가 않았다. 공사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이시가미를 보는 일에 은근히 흥미를 느꼈다는 것일까.

 

 

그렇다고 석진이 처음부터 남처럼 여주를 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을 하다가 여주인과 우연히 눈이 마주치면 남 몰래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하고, 남에게 로봇처럼 감정도 없이 대답만 하며 친해지는 틈을 조금도 보이지 않지만 여주인에게 같이 야근하게 되면 저녁이나 같이 먹자며 저녁 약속을 먼저 잡기도 했다. 그래서 한번 탕비실에서 여주와 동기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을 때, 석진도 잠깐 커피를 마시러 들어왔을 때 여주 동기가 여주의 어깨로 팔을 두르며 석진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해 주었다.

 

 

 

 

 

사내연애 금지인 거 알아? 우리 여주인을 탐내지 마세요.

 

 

 

 

 

완벽하게 석진과 여주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한 동기의 말에 석진은 뜨거운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작게 웃었다. 그리고 동기와 여주 앞에 앉으면서 우리 회사는 왜 사내연애를 못하느냐고 물으면.

'사실 말만 사내연애 금지지 다른 부서에서는 조용히 만나는 사람은 다 만나거든요."

 

 

하지만 말입니다.

 

 

 

 

 

하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소 지으며 말했던 동기는 표정을 굳혔지만, 작은 목소리로 저희 부서가 유독 연애에 민감한 이유가 있습니다.라며 석진과 여주에 한 가지 사실을 전했습니다. 진지하게 입을 여는 동기에 괜히 귀를 기울이는 석진과 여주였다.

 

 

 

 

 

우리 팀장님이 연애를 못한다는 소문 때문인 것 같아요. 까다로운 성격을 보면 그 소문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왜요? 난 또 무슨 일이 있었냐고'

 

 

 

 

 

힘이 빠질 만큼 큰 이유가 아니어서 여주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이 정도 이유라면 충분히 은밀히 연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석진이 먼저 탕비실을 나서고 여주인과 동기들은 잡담을 나눈 뒤 탕비실을 나섰다.

 

 

퇴근시간이 지나고 여주인과 석진, 그리고 몇몇 직원들이 남아서 야근을 하고 있을 때. 석진 곁에 밀린 일감은 반으로 줄어 기지개를 켜며 여주에 연락을 했다. "커피 먹고 싶지 않아요?" 석진의 연락이 귀여워 보이자 여주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웃음소리가 들릴까 봐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킬킬거렸다. 카페인 부족입니다. "지금"이란 대답은, 맞은편에 앉은 석진을 보며 탕비실로 걸어갔다. 석진도 뒤따라 여주의 한 탕비실에 들어서자 두 개의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부어 살짝 휘젓는 여주가 보였다.

 

 

 

 

 

아무도 없죠?"

 

 

 

 

 

좁은 탕비실 문을 닫고 주변을 휘둘러보는 석진의 물음에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란히 앉아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다가 석진은 여주의 어깨에 기대었다. 이내 눈을 감고 피곤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여기 회사 신입사원이 부려먹는 것 같아요."

"나는 버텼어. 너도 참아. 그래서 더 강해지는 것이다."

 

 

 

 

 

장난스레 근엄하게 말하는 여주인의 말투에 석진은 조용히 웃더니 오늘 점심 때 들은 남자의 연애 금지에 대해 투덜거렸다. 팀장님이 연애 못하는 걸 왜 우리까지 연애 못하게 하냐고 비밀연애를 하면 선배를 노리는 사람도 몇 명 보인다니. 여주는 그런 석진의 모습을 외면하면서까지 작게 웃었다.

 

 

 

 

 

'어쩔 수 없다. 팀장님이 그러라고 하시는데 어떡하지? 우리가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나를 원하는 사람보다 너를 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

 

 

 

 

 

 

여주인의 말대로 석진에게 사심을 품고 다가가는 사람이 몇 있었다. 다른 부서에서조차 본인에게 들어온 일을 척척 해나가기도 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때문에. 하지만 석진은 여전히 사심을 품고 다가오는 직원들에게 웃지 않고 단호하게 바쁘다고 뿌리치기도 했다. 아이를 가졌다는 거짓말까지 해. 여주밖에 없는 이들에게 철벽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석진은 당당히 여주에게 말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웃지 않잖아요."

"……그건 그렇다."

 

 

 

 

 

석진의 말에 얼른 고개를 끄덕이는 여주인공이었다.

 

 

 

 

 

 

 

 

 

 

06

여주와 석진이 있는 부서에 중요하고도 큰일이 벌어졌던 날이 있었다. 석진의 맹활약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그 기념으로 회식을 싫어하는 팀장들조차 회식을 하게 되었는데요. 여주는 석진의 활약이 자랑스러워 자신이 큰일을 해낸 것처럼 가슴이 벅차고 기분이 더 좋아져 술을 따랐다. 석진의 후배가 바로 내 남자친구라구요! 라는 말도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그렇게 여주는 술을 따르고, 석진은 여주 옆에 앉아 술을 홀짝홀짝 마시지 말라고, 혹시 연애가 탄로날까 봐 조용히 술잔을 드는 여주의 팔을 제어하고 있다면. 여주는 평소 칭찬해주지 않을 정도로 까다롭지만 술에 취해 석진에게 온갖 칭찬을 퍼붓는 팀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술이 든 잔을 움켜쥐고 입에 털어넣으며 다짜고짜 외쳤다.

 

 

 

 

 

'존경하는 팀장님! 사내 연애하게 해주세요!!!'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모습에 석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온몸이 굳어 여주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때라면 여주는 기다렸던 모양이다.

 

 

 

 

 

연애할 줄 아는 우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어요! 연애하는 직원들이 부러워하면 팀장님도 연애.

 

 

 

 

 

뒤늦게 여주의 입을 틀어막고 진정시키는 석진은 언니, 그만 좀 해!라며 한 손은 여주의 벌어진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은 내 입을 틀어막았다.

"...누나?"

 

 

 

 

 

평소 사람들에게 으스대지 않고 꼭 선배를 붙여 말하는 석진의 입에서 언니라는 단어가 나올 줄 몰랐던 직원들은 동그란 눈으로 석진을 쳐다봤다. 지금... 언니라고 하지 않았어? 저 두 사람이 분명 사귀고 있어.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공간에서 조급한 사람은 이시가미 한 명뿐이었다.

재성이 하므니다크... 소재 신청이었는데 글을 잃어버려서 겨우 찾았더니 몽가의 이 문장도 마음에 안 드네요.소재 신청해주셨는데 속상할 따름이다(눈물)